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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악장 교향곡

13악장 교향곡

포스트 12개

솔부 극점의 콘체르토

1악장 콘 모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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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장 찔끔 더 보태면 키 약간 작은 성인 하나는 거뜬히 들어갈 케이스가 한솔에게는 생명이다. 아침에 지고 이고 헐떡 고개 오를 때에는 지금 다니고 있는 게 체대인지 음대인지 구분이 잘 안 갈 때도 있었긴 하지만 피 땀 눈물 모두 밴 소울메이트라고 할 수 있다. 다른 학교 음대는 캠퍼스 제일 구석 아니면 제일 아래 어딘가에 처박혀 있다는데 설립자 건축자 또라...

솔부 극점의 콘체르토

2악장 알레그로 스케르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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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솔은 핸드폰 화면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 내려다보는 표정은 그리 무겁지 않은 것도 같은데 쳐다보고 있는 마음은 무겁기 그지없는 것이라 한솔 그자신도 낯설고 어려웠다. 요즘 한솔의 머릿속에 돌아다니는 것은 온통 하나뿐이었으므로 지금 고민하고 있는 것도 그 하나였다. 부승관. 얘 원래 남한테 연락을 잘 안 하는 애인가? 싶어도 봤던 것들 토대로 추론해 ...

솔부 극점의 콘체르토

3악장 알레그로 디 몰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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첼로에 박민정이 있다면 피아노에는 김윤지가 있다는 말이 있었다. 둘 다 교수 예쁨 받는데 애들한테 인망 두텁고 신뢰 높아 무난히 과대-회장 코스 밟아오신 인사들이셨다. 좀 차이가 있다면 민정은 과의 모두를 속속들이 알고 휘어잡고 있는 데에 반해 윤지는 거기까진 아닌 것 정도. 현악학부 세부 전공으로 첼로과 달고 있는 소규모 학과 회장과 아예 피아노학부 수준...

솔부 구하와 카프리치오

1악장 안단테 마 논 트로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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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점의 콘체르토에서 이어집니다 벚꽃과 함께하는 아름다운 중간고사 시즌이 지나가면 찾아오는 것은 아주 잠깐의 술자리와 뒤따르는 기말고사 시즌이다. 아니 대체 뭘했다고 벌써 기말이야? 장난하세요 교수님 저는 교수님 수업만 듣는 게 아니라 최소 18학점 이수 중입니다 대거리할 틈도 없이 교수들은 기말은 이걸로 볼거니 준비하세요 안내를 해줬다. 저런 남의 말 귓...

솔부 구하와 카프리치오

2악장 아드 리비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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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명호는 대놓고 어리광 부리고 나 예뻐 해줘 하는 사람들에게 대체로 약했다. 한솔과 좀 더 오래 알고 지냈지만 대놓고 예뻐하고 아껴주기 바쁜 건 승관이 된 이유였다. 자칫 잘못하면 굴러 들어온 돌이 박힌 돌 빼낸 꼴이 될 수 있어 미묘해질 수도 있는 사이는 생각보다도 무척 잘 굴러갔다. 승관은 예쁨받는 동생이 되길 원했고 한솔은 어깨를 나란히 하는 동료가 ...

솔부 구하와 카프리치오

3악장 아 템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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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에 가자고 분위기를 잡은 건 승철이었다. 지훈의 작업실에 옹기종기 모여 방학 다 끝나기 전에 어디 롯데월드라도 놀러가자고 얘기를 나누던 중이었다. 서울 근교로나 좀 돌까 했는데 갑자기 바다 얘기를 꺼내는 바람에 모두가 어엉? 어리둥절해했다. 그와중에 원우는 되게 황당하다는 듯이 안경을 올리며 대꾸했다. "나 창원 있을 때 말하지. 창원에서 돌아온 지 얼...

솔부 백상의 세레나데

1악장 템포 주스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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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하와 카프리치오로부터 이어집니다. 9월 1일 개강 첫날부터 아침 9시부터 학교 강당으로 튀어나오라는 공지를 받으면 방학에 젖었던 대학생 여러분 기분이 잡치기 마련이다. 그러나 이미 이렇게 될 것을 여름 방학 시작도 전부터 알고 있어서 그런 것인지 어떤 것인지 한솔은 그냥 별 생각이 없었다. 오랜만에 부모님과 같은 시간에 일어나 밥상머리에 앉으니 된장찌개...

솔부 백상의 세레나데

2악장 프레스티시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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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을 만나러 가야 하는데 같이 가줄 수 있겠느냐고 승관이 그랬다. 되게 머뭇거리고 꺼려지는 얼굴인데도 기어이 물어보는 게 답지 않아 한솔은 이유가 궁금해졌다. "찬이라면 그, 너랑 민규 형이랑 친하다는 그?" "어, 걔." "나랑은 아예 처음 보는 사이인데 왜 민규형 안 데려가고 나 보고 같이 가자고…." "김민규랑 같이 가면 둘이 중간에 날 넣어놓고 말로...

솔부 백상의 세레나데

3악장 칸타빌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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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는 가을이 결실의 계절이라는데 대학생한테 가을은 준비의 계절이라, 모두들 바빴다. 중간 고사 뒤로 본격적인 기말 과제곡 연습이 시작된 음대는 특히나 더했다. 한솔과 승관, 은서는 그중에서도 특별히 바쁜 축에 속했다. 지도 교수가 배정된 탓이었다. 그 많은 음대생 1학년 전원에게 교수가 셋씩 달라붙을 수는 없는 일이라, 각 조마다 조원의 전공 교수 중 한...

솔부 극소와 가보트

1악장 파시오나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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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상의 세레나데로부터 이어집니다 *전체연령가 버전 하지가 지난 뒤로 성큼성큼 짧아진 해가 어느덧 고달플 정도가 됐다. 날이 짧아지니 뭘해도 더 지쳤다. 어깨에 메고 다니는 첼로가 유난스럽게 무겁게 느껴졌고, 악기를 만질 때면 나무의 감촉이 평소와는 달랐다. 한솔은 귀한 첼로의 비위에 맞는 습도를 맞추느라 절절맸다. 습도계와 댐핏을 항상 들고 다니면서 애지...

솔부 극소와 가보트

2악장 소스테누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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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헌은 수상할 정도로 자주 한솔네 연습에 나타났다. 다른 애들보다 최소 주에 1번씩은 김창헌을 더 보고 있는 듯했다. 왜인지는 아무도 몰랐다. 그렇지만 다들 예상이 가는 바는 있었다. 첼로나 바이올린 전공이 뭐 특별하다고 둘을 보러 오겠는가, 피아노 교수가. 그렇기에 특히나 승관은 날이 가면 갈수록 김창헌 때문에 얼굴이 하얗게 질려갔다. 하지만 교수는 성...

솔부 극소와 가보트

3악장 이니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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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헌에게 연락이 온 것은 새해가 밝고 고작 이틀이 지난 뒤의 일이었다. 승관은 결연하게 마침내 올 게 왔구나 하는 심정으로 얌전히 네에 교수님 그때 뵙겠습니다, 인사를 했다. 전화가 왔을 때 마침 같이 있던 참이라 한솔은 입 모양으로 교수님? 물었고 승관은 고개만 까딱였다. 크리스마스 다음 날 한솔은 그간 함구하고 있던 것을 승관에게 말했다. 괜히 시험 ...